2009/9/16 일기.

1. 요즘 생각하는 주요한 질문은 이것. 20대는 무엇을 잘할까? 모 선생에게 니네 멍청하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반발심으로 고민해보기 시작한 건데, 아직은 생각이 많이 미흡하다. 이택광 블로그 뒤지고 한윤형 새 책 주문했다.

2. 선생이 최종적으로 주문하는 것이 결국 이게 다 니문제라는 깨달음인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는 행동을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생태적으로는 생태계의 한 원소로써 조낸 열심히 살라-그리고 한 원소가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메세지인 거 같고(여기에서 파장은 좋은의미와 나쁜 의미 두가지 다 포함된다), 20대를 하나의 계(系)로 놓고 봐도 역시 같은 결론을 요구하는 거 같다. 그래서 지금 뭐라도 하러 뛰쳐나가야 하나? 젠장 참모 상대하기 짜증난다.

3. 인식론을 배우다가 든 생각. 심리학이 다른 학문에 끼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역으로 다른 학문이 심리학에 간섭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심리학의 반론은 오직 심리학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이해한 상황인데, 그나마 조금이나마 심리학에 대해 태클을 걸 수 있는 인문학이 남아있다면 윤리학과 과학철학뿐인 것 같다. 윤리학적 검토야 뭐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학철학이란 측면에서 심리학에 태클거는건 거의 못본 듯. 하지만 심리학이 시도하는 '인간 규정'에 대해 대항하기 위해서는, 과학 철학쪽에서의 심리학 검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이거 안하면 사회학 경제학 등 다른 사회과학학문들은 잘못하면 잡아먹힌다. 인간이 원래 이렇다는데 니네가 어쩔껴? 

4. 참모를 상대하기 위해서, 탐정이 되어야 하는가 참모가 되어야 하는가 고민중이다. 탐정이 되면...왠지 멍청해 보이잖아. 역시 간지는 참모가 참모를 이기는 건데... 

by 너프 | 2009/09/16 23:47 | 내맘대로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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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9/09/17 00:30
3번 생각의 전제는 한 학문과 다른 학문 간에 본질적인 경계가 존재한다는 믿음 같은데, interdisciplinary study가 대세가 되면서 분야 간 지식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 게 최근의 트렌드예요. 물론 심리학이 인접 학문들과 연동되면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상호작용으로서의 통섭은 일방적인 과정일 수 없으며 (물론 윌슨처럼 똘끼가 심한 '근본주의자'들은 특정 학문의 관점에서 타 영역을 '포섭'하려 들긴 하지만 -ㅅ-) 또한 일방적인 과정이 되어서도 안 되죠.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통섭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분야지만 이것을 가리켜 '심리학이 경제학을 잡아먹는 사례' 라고 표현한다면 어폐가 있을 거예요.

또한 심리학만이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유일한 척도는 아니에요. 일단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모든 분야는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의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해요. 물론 인간 조건에 대한 규정 중 몇몇이 지속적인 연구, 혹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이론에 의해 소멸되거나 변화할 수는 있겠죠. 그렇다면 그러한 규정을 전제하고 세워진 학문 분야 역시 소멸, 쇠퇴, 패러다임의 전환 등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건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특정 분야의 존속 여부가 아니라 그러한 분야 내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조건의 탐구이기 때문에.
Commented by 너프 at 2009/09/17 01:00
우어 안그래도 후유님 무셔워서 여기에 쓸까말까했었는데;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척도를 심리학에서는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먹힌다' 라는 과격한 표현을 써 봤어요. 이미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는 모델이 한번 박살났었고, 언어학에서 촘스키의 언어습득이론을 언어발달심리학에서 지지해주고 있는것도 그렇고 심리학은 점점 다른 학문들의 '증거'가 되어가는데, 막상 그 증거에 대한 의심을 타 학문에서 너무 갖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이런 글을 써봤습니다.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9/09/17 01:08
아니 저처럼 가녀린 처자의 어디가 무셥습니까...*^^*(...응?)

..확실히 인간의 '본성'(이 정의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일단 접어두고;)을 과학적인 체계를 통해 검증 가능하다는 건 기존의 심리학이 가진 장점이며 그 장점은 최근 '잘 먹히고' 있는 듯 합니다..^^ 팩트가 우선이니까요. 그러나 타 학문이 제시하는 이론들의 '증거 혹은 반박'으로서 기능하는 것과 타 학문 '분야를 제압하는' 것은 서로 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하기에 장문의 리플을 남겨보았네요^^;;
Commented by 너프 at 2009/09/17 01:16
역시 먹힌다는 말이 좀 쎘군요 ㅎㅎ 가녀린 처자분도 요즘은 무섭습니다(응?)리플은 항상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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